여행 이야기/2011년 여름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2011년 7월 이탈리아(2)_피렌체

Kharam 2012. 3. 1. 07:49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며... 피렌체에서의 즐거웠던 시간을 다시 떠올렸다. 한동안 다른 여러 가지 일들로 블로그를 적을 생각을 하지 못하였는데, 이번 기회를 맞이하여... 즐거웠던 시간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정말 피렌체는 낭만적인 곳이었다.

오후 늦은 시간 피렌체에 도착하여, 일단 예약해두었던 한인민박으로 향하였다. 사실 예약해두었던 한인민박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공간도 좁고, 왠지 약간 지저분한 느낌도 있었다. 게다가 날씨까지 덥다보니... 도착하던 날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간단히 짐을 풀고, 도시 한 가운데로 나오니... 그 불편했던 감정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 도시가 주는 행복감에 젖어들기 시작하였다.


먼저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하였다. 가까이 보이는 베키오궁전(현 시청사). 이런저런 책에서 읽었던 메디치가에 대한 기억에 떠올랐다. 햇살을 따사로웠고,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베키오 다리의 자물쇠. 개인적인 기억으로 남산의 자물쇠는 너무 지저분하게 걸려있었던 것 같은데,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이 곳의 자물쇠는 너무 낭만적이라는 느낌이다. 자물쇠를 하나 사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을 다름이다. 


베키오 다리
아르노강 위의 다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45년에 건설되었으며 로마시대의 마지막 다리로 알려져 있다. 1944년 연합군의 추격을 받던 독일군이 강 양쪽 기슭의 집을 모두 파괴했으나 베키오 다리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원래 이 다리에는 푸줏간, 대장간, 가죽 처리장 등이 있었는데 1593년에 페르디난도 1세가 시끄럽고 악취가 난다며 모두 추방하였고 대신 금세공업자들이 다리 위의 상점에 세들었다. 이후로 지금까지 베키오 다리의 금세공 상점들은 다양한 보석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판매하는 수공예 제품들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출처] 베키오 다리 [Ponte Vecchio ] | 네이버 백과사전

베키오의 다리는 이곳에 오기 전에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독특하기는 한데, 약간 난잡한 느낌? 그런데 그런 느낌도 곧 잊혀졌다.

원래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일몰을 보려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기울기 시작한 해는... 빠른 속도로 저물었다. 이에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멀리 보이는 베키오 다리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보니... 얼마나 낭만적인지 모르겠다.


점점 저물어 가는 해. 이번 유럽 여행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 중, 한 장이다.


우리 옆을 지나가던 연인이 말을 건넨다. 사진 한 장 찍어줄까? 그럼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추억을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었다. 모두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곳이었다.


다시 시뇨리아 광장으로 돌아왔다. 아마 학생들이었던 것 같은데,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클래식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조금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음악을 듣고 있자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시원한 맥주 한 병을 사들고, 이 시간을 즐겼다.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또 다른 길거리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재치있는 아저씨 덕분에 다들 즐거워 했다. 혹시나 우리를 앞으로 나오라고 하면 어떻하지? 하고.. 조마조마 했다.

이렇게 피렌체에서의 짧은 첫 날을 보낼 수 있었다.
 


피렌체 시내 지도를 들고, 오늘 하루 일정을 나섰다. 일단은 발걸음이 닿는데로, 다 둘러보는 것을 목표로...

천재들의 무덤이라고 하는 산타크로체 성당, 슬쩍 외관만 둘러본다.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어떤 관광 가이드가 단테... 단테...라고 한다. 아마 단테의 생가 혹은 다녔던 교회가 아닌가 싶은데... 아내가 슬쩍 노크하는척! 해본다. 단테의 신곡을 한 번 읽어보기는 해야 할텐데;


전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 꽃의 성당이라고 불리는 곳,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두 연인이 다시 만난 곳, 산타마리아델피오레 대성당이다. 처음에는 두오모 성당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두오모는 건축양식 혹은 성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쿠폴라쪽으로 오르는 것과 지오토의 종탑으로 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는 계획한 데로 지오토의 종탑으로 올랐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두 연인이 다시 만난 곳은 쿠폴라쪽이다. 아내가 예전에 피렌체에 왔을 때에 쿠폴라 쪽으로 올랐기에 이번에는 지오토의 종탑쪽으로 올랐다. 이 쪽 줄이 훨~씬 짧다. 그리고 두 곳을 모두 본 아내의 말로는 쿠폴라를 볼 수 있어 경치도 더 좋다고 한다.


역시 빠질 수 없는 낙서! 사실 나도 낙서하고 싶었다...


종탑을 오르는 길에 밖을 내다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오르는 길이 좁아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면, 잘 비켜주어야 했다.


지오토의 종탑 전망대. 예쁘구나! 다만 철조망이 있어 약간 시야를 가렸다.


저 멀리 베키오 궁전도 보이고... 시원한 느낌이다.


이제 성당 내부로 들어간다. 여기서는 제법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사실 로마에 가면 많이 볼 수 있었을 천장화였지만... 왠지 모를 웅장함에 멍하니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림 하나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을까...


기억으로는 이쪽으로 빠져나가면... 명품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예술가! 거리에 피에타 상을 그리고 있었다. 혹시 한국인이었을까?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슬쩍 스쳐 지나가고... 근처의 산타마리아 노벨라 약국으로 향하였다.


중세?시대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한국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한국어로 적힌 상품목록도 있었다. 이것저곳 질 좋은 제품들이 많았겠지만... 우리는 계획한 데로 수분크림만 여러 개 사가지고 나왔다. 아내가 신났다.


이것저것 살펴보는 아내. 병 모양이 마음에 든다.


점심은 zaza에서. 맛집이라고 하여 열심히 찾아갔는데... 정말 한참을 헤메었다. 묻고 물어 겨우 도착. 역시 한국 사람이 북적인다. 가는 길에 가죽 시장도 둘러보았는데... 음... 딱히 사고 싶은 제품은 없었다.

원래 이곳은 스테이크가 맛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슬쩍 참았다. 역시나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한건... 미국에서 스테이크는 잔뜩 먹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을 많이 둘러보았기에... 우피치 미술관쪽으로 슬쩍 가보았다. 그런데... 줄이 너무너무 길다. 그리고 입장 가능 시간대도 정해져있다. 그래도 오래 걸었기에... 약간 쉬어간다는 기분으로 줄을 서 있었다. 앞의 한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여기서부터 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관람을 포기하려는 순간... 어떤 아저씨가 슬쩍 오더니... 자기 일행이 오지 않아 티켓을 팔고 싶다고 한다. 2~3번 의심해보고 원가에 구입!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운이 좋고, 메디치/르네상스 시대의 예술품들을 볼 수 있었다.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다 처음보는 그림/조각이지만...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피렌체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이 많다.

우피치 미술관은 사진 촬영 금지.


어제 못 간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랐다. 중간에 숙소에서 잠깐 쉬고 나오기는 했는데... 하루 종일 걸었더니 꽤 피곤했다. 그래도 이 광경을 놓칠 수는 없었다.


아래 쪽에서는 간단한 파티를 하는듯 하였다. 세계 이곳저곳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다른 추억을 담으며... 같은 순간을 공유 하였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일몰과 야경을 보는 것으로 피렌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2박 3일이 참 짧게만 느껴졌다.